사회복지사 느낌나는 직장생활

06.22 15:40 | 조회수 308
동방백서
쌍 따봉
일단 중소기업 보전직군 종사자 입니다. 좀 편하게 반말체 쓰는 점 양해 바랍니다. 난 직급은 차장이다. 밑의 직원은 아무도 없고, 위에 부장과 이사가 있다. 현장직 기장이 있지만, 정년 초과로 촉탁직이라 노터치 포지션이다. 직급만 차장이고, 부서 내에서는 막내 포지션이다. 차장에 막내 포지션...... 개안습이다..... 부장은 현 직장에서 15년 이상 근무했고, 업계 경력만 30년에 육박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류업무가 안된다. 이사까지 올라갔었는데, 사람은 좋으나 일처리가 허술하고 항상 뒤에 말이 많다. 부장은 이제 5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고, 늘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그 때문에 경영진에서 수십번 지적해도 안 바뀌어서 지각시 월급 차감한다고 엄포를 놓자, 그 직후부터 지각을 안한다. 월급 감봉의 힘은 참 대단하다. 수리시 수공구를 사용해놓고 어디 던져놓는건 예사고, 공구가방 없이 현장을 돌아다닌다. 설비 매뉴얼도 보고 어디 짱박아 놓기도 한다. 내 윗사람이라 그런 것들을 처음에는 내가 일일이 다 찾아다니면서 챙기고 했는데, 나도 지치는지 매뉴얼만 챙기고 부장의 수공구는 포기한다. 포기하니 정신건강이 좋아진다. 분실해서 개갈굼 먹든 말든 신경 끄니까 세상 편하다. 부장이 서류업무가 안되니 외상거래 명세표 기안처리는 자연스레 내 담당이 되었다. 업무상 명세표 기안처리를 내가 하는 건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개인카드 사용내역까지 나보고 기안처리를 당연한 듯이 말하길래 열받아서 싸웠었다. 한번 대들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안 그런다. 역시 직장생활에선 한번쯤은 대들어야 된다. 요즘은 부장이 많이 달라져서 공구가방 들고 다니면서 수공구도 잘 챙기고, 기계수리도 꼼꼼하게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만 다른 팀 밑의 애들한테 설비수리 떠넘길 때가 있고, 제대로 안 가르쳐준 상태에서 일을 떠넘겨서 항상 문제가 생긴다. 그 뒷일을 수습하는 건 어김없이 내 역할이다. 치매 어르신 수발 드는 느낌이다. 게다가 능구렁이 기질도 있어서 은근슬쩍 나한테 일을 떠넘길 때도 있는데, 주변에서 커버쳐주니 요즘은 그게 잘 안 먹힌다. 항상 부장이 하고 난 일에 대한 클레임 욕받이 및 똥 치우는 건 내 역할이다. 정작 문제 일으킨 부장은 천하태평이다. 사람 보는데서 대놓고 뭐라해도 안 바뀌더라.... 보전 매입내역 정리, kpi 보고, 설비수리 이력관리 등등의 사무업무는 전부 내 몫이다. 해줄 사람도 없고 이사는 인원충원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고, 본부장은 일단 '효율적'으로 일하고 인원 충원 할테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 그게 3달 다되간다. 그래도 부장은 싸운 뒤에도 구슬리고 잘 지내보려고 하는 게 있어서, 순간적으로는 욱 해도 나도 부장 대우를 하려고 한다. 요즘은 부장 일찍 집에 보내고 내가 조금 늦게 남아서 뒷처리 하고 퇴근한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혈압이 롤러코스터 타는 상황이 가끔 오기도 한다. 다음으로 기장은 고객사 정년 퇴직 후에 입사한 케이스인데, 60세가 넘는다. 울 아버지랑 동갑이다. 현장직을 오래 해오다 보니 현장관리자 기질이 농후하다. 실제 1차 밴더 고객사에서 직장까지 근무하고 퇴직하였다. 열받으면 열받는대로 터뜨리고, 뭐 눈에 거슬리면 자비없이 갈군다. 특히 작업자들에게 자비가 없는데, 아웃소싱 중국인들이라 더더욱 그런 거 같다. 본인 자체가 일처리 깔끔하게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대충대충하는 사람들에겐 무자비하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무시해도 유일하게 나를 무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번씩 기장이 설비수리 지원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내가 보조역할 담당이다. 기장이 기계분야나 공정교환 셋팅 하면, 나는 그 뒤에 전기적인 부분을 봐주는 역할이다. 그 특유의 현장관리자 성질머리만 잘 맞춰주면 큰 탈은 없는 케이스다. 마지막으로 이사는 고객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하위 고객사에서 공장장 정년퇴직 하신 분인데, 역시 60세가 넘는다. 현장쪽으로 오래 근무하셔서 그런가..... 현장에 자주 출몰한다.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기름 새는 거, 주변 정리정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여 보이는 작업자들한테 청소해라 까지 말하는 건 좋은데..... 양산라인을 자기 권한으로 세우고 당장 청소를 시킨다. 생산관리 관리자는 놀래서 라인 급해서 세우면 안된다고 해도 기름새는 거 잡으라고 작업자에게 지시한다. 회사 성향 따라서 라인 정지하고 기름 새는 거 잡는 케이스도 있긴 한데.... 현 직장은 그렇지 않다. 작업자는 생산관리자 지시로 제품 뽑아야 된다고 하다가 결국 이사와 싸워서 그만두고, 몇달 뒤에 다시 입사했는데.... 이사가 더 중요한 사람이면 그 작업자는 발도 못 들였을 건데..... 이사와 싸웠던 작업자가 재입사하면, 그건 이사는 아무것도 아닌 걸로 비춰진다. 분명 공장장 역임한 건 맞는데.... 현장에서 기계 돌리는 일도 하고 부장 따라다니면서 마킹(?)하고.... 기계 돌리는 임원은 직장생활 이래 처음본다. 이사의 지시는 대부분 즉흥적인 경우가 많고, 상황판단에 정확한 지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사 지시니까 몇번 따른 적은 있었는데, 대부분이 결과가 처참해서 나는 물론이고 타 관리자들도 흘려 넘기는 상황이다. 보통 이사 정도 되는 임원이면 매니징이나 컨트롤타워 역할이 주 업무인데, 이것도 안하고 현장에만 틀어박혀 기계 돌리는 일만 하니 다들 실망해서 등돌린지 오래다. 그 와중에 2년 넘게 지시해도 자기 지시 안 따른다고 사장 귀에 들어가서 난리난 적도 있었다. 정년퇴직해서 오신 분들 특성이 남성호르몬이 적어서 그런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자기 지시 안 따르면 뭔가 권고사직 시킬 듯한 기세라서 피곤해진다. 다른 팀에는 터치가 심한데, 다행히도 나한테는 노터치다. 왜냐하면 부장과 이사가 싼 똥을 치우는 역할이 내 담당이기 때문이다. 부장과 이사가 추진한 업무의 서류업무 제반을 내가 처리하고 보고서도 내가 작성하기 때문이다. 부장과 이사는 결재만 하면 된다. 한번씩 자기 기분에 안 맞으면 내 업무 물고 늘어질 때가 있는데, '안합니다' 라는 말은 절대 안하고 '검토중입니다', '일단은 해보겠습니다' 라고 대응한다. 자기 권위에 역행하지 않는다면 노터치니, 적당히 흘려 넘기면 된다. 임원이 어차피 계약직이니 대충 때우고 가려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는데, 본부장이 권한 다 쥐고 있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현장에만 틀어박히니 안타까워 보인다. 그런데 결정해줘야 하는 부분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넋놓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최근에 이사가 나보고 부장이 늦게까지 기계수리하면 같이 늦게까지 하라고 하는데, 내가 팀장했을 때는 팀원들에게 절대 늦게 남지 말고 빨리 퇴근하라고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팀원들은 먼저 퇴근시키고 나는 늦게까지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했었는데.... 이게 옛날분들 일하는 방식인가 싶다. 늦게까지 남아서 하면 뭔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거.... 난 그런거 정말 싫어한다. 일이란 건 제 시간 내로 끝내고 칼퇴해야 능력있는 거지,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건 본인이 무능하거나 일이 너무 몰려있는 거다. 회사 분위기를 자꾸 늦게까지 일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둘이서 같이 해야 될 일도 나는 부장과 절대로 같이 일 안한다. 왜냐하면 1시간 내로 끝낼 일을 어영부영 세월아네월아 해서 3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장이나 이사나 도와주러 온다 해놓고 안 오는 경우가 많았고, 준비만 해주면 자기가 하겠다고 이사가 큰 소리 쳤는데 현장 보더니 도망가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따라 내가 어르신들 똥 치우는 사회복지사인가 헷갈릴 때가 많아진다. 나랑 동갑내기 관리자들은 날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어르신들은 자기한테 뭐라하는 아들뻘 같은 놈을 어쩌지도 못하고 다른 팀은 과장 밑에 대리급들이 한두명 있어서 편하게 하는데, 나는 밑의 직원이 없어서 어르신들한테 치여 산다. 연봉 1500 이상 업글해서 이직한것 까지는 좋았는데.... 연봉 6300 사회복지사 느낌이다. 정말 힘들어서 다른데도 알아봤는데, max가 4800이라 더 절망적이다. 연봉 하나로 버티고는 있는데, 몸도 슬슬 망가지는 느낌이 든다. 설비에 관해서는 현 직장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고 장기근속자인 부장도 설비수리에 관해서는 나보다 능력이 딸린다. 오히려 부장이 전기적인 문제에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전기문제, 특히 쇼트(합선)같은 복잡한 문제는 모두가 기피한다. 그래서 또 나한테 돌아오고 내가 그걸 또 해결한다. 뭔가 개선하고 좋게 바뀌는 건 많이 있었다. 설비 잔고장이 하루 6~8건이 1~3건으로 줄었고 고장주기도 길어져서 수리 유효성도 증가했다. 라인 가동율도 60%대에서 80%대 이상으로 증가했고 생산성도 50%대에서 70%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다른 관리자들은 물론이고, 본부장과 사장도 '차장님 들어와서 많이 좋아졌어요' 라고 인정해줬다. 그런데 그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현 회사 사람들 수준이 나와는 너무 안 맞았다. 같은 팀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와 수준이 비슷하면 세대차이 나도 재미있게 일하는게 가능한데, 보전 일 하면서 서로가 수준차이 심하면 갈등요소가 된다. '너 그거밖에 안돼?', '내가 그거까지 어떻게 해?' 식으로 말이다...... 보전 기술직이란 것이 직급보다는 개개인의 실력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기술직은 오로지 기술 하나만으로 모든게 평가되기 때문에, 기술이 좋으면 사원급이라도 큰소리 치는게 가능하다. 반면에, 팀장급이라도 기술이 안 좋으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사무직으로 치면, 엑셀 능숙하게 다루는 사원이 엑셀 안되는 부장급한테 큰소리 칠 수 있는 것과 같다. 어떠세요? 아마 저보다 더 사회복지사 느낌나게 직장생활 하시는 분 많을 걸로 예상됩니다. 어르신 케어하시는 사회복지사 분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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